옛 선인들이 이르기를
마음이든 물건이든 남에게 주어 나를 비우면
그 비운 만큼 반드시 채워진다고 하지요
그래서 남에게 좋은것을 많이 주면
나에게도 좋은것이 많이 채워지는지도 몰라요
좋은말도 마찬가지 이지요
좋은말을 하면 할수록 더 좋은 말이 떠오르는 것처럼
좋은글을 쓰면 쓸수록 그만큼 더 좋은글이 나오는지도 몰라요
좋은말이 있어도 쓰지 않으면 그 말은 망각속으로 사라지고
더 이상 좋은 말은 떠오르지 않아요
그래서 나중에 할 말이 없어 질까 두려워
말을 아끼고 참으면 점점 더 벙어리가 되어 가지요
그래서 글쟁이들은 밤낮없이 고혈을 쥐어짜며
좋은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글이란 것은 그때그때 떠오르는 시상을 바로써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치거나 그냥 쌓아두면
망각속으로 사라져 무용지물이 되기 쉽지요
어찌보면 우리의 말과 글은 샘물과도 같아서
퍼내면 퍼낸 만큼 고이게 마련 인가봐요
나쁜것을 퍼서 남에게 주면 더 나쁜 것이 쌓이고
좋은것을 퍼서 남에게 주면 더 좋은 것이 쌓이는 법이지요
그래서 옛 선비들은
남을 비방하는 말이나 남을 헐뜻는 말을 하지 않았으며
간혹 그런말을 들었을때는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귀를 씻었다고 하지요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주위 환경도 중요 하지요
보고 느끼고 배우는것이 주위 환경이지요
그래서 범과 같이 생활하면 명산대천(名山大川)을 헤메이지만
개와함께 생활하면 이골목 저골목 쓰레기 통만 뒤진다 하지요
그래서 주위 환경은 글쓰는 이에게 매우 중요하다 했어요
시인 김소월은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를 보고
그 유명한 "진달래꽃"이란 시를 지었으며
시인 서정주는 한송이 국화꽃을 보고
"국화옆에서"란 불후의 명작을 남겼지요
또 러시아 시인 푸시킨은
주위의 환경으로 부터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보았기에
그 유명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란 시를 남겼다 하지요
참 신기하지요
글쟁이들은 요술쟁이도 아니면서
어찌 그렇게 좋은 글들을 마구마구 쏫아 놓는지...
그냥 쌓이는게 아니라 샘솟듯 솟아나서 우리들의 마음을
가득 가득 채워주고 있어요
아마도 글쟁이들의 머리는
비우면 가득하다는 진리(眞理)을 생각하며
마구마구 쏫아 놓으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몰라요
오늘따라
영화 "역린"중에 나오는 "예기 중용 23번째장"이 생각나네요
"작은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되고
정성스럽게 되면 겉으로 베어 나오게 되고
겉으로 베어 나오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 시키게 되고
감동하게 되면 변하게 되고
변하게 되면 생육된다
이렇듯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세상을 변하게 한다
그러니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말 보다 정성으로 감동시켜 감동으로 생육 하여야 한다"
아마도
글쟁이들의 행복은 이런것이 아닐런지요?
처사는 전문 글쟁이는 아니지만
이것 저것 어깨넘어로 배운 풍월을 옮겨보려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도 한참 멀었지요
옛말에 고망언지(姑妄言之)라는 말이 있어요
장자의 재물론에 나오는 말로 고망언지 고망청지(姑妄言之 姑妄聽之)에서 유래된 말이지요
위여망언지 여이망청지(爲汝妄言之 汝以妄聽之)
곧 별 생각없이 하는 말하니
그대 또한 별 생각없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말이지요
행여 내생각과 성향이 틀리다 하여 너무 나무라지 마시고
앞으로도 많이 아껴주시기를 부탁 드릴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