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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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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ne04
(Homepage) |
2023-09-12 13:01:56, 조회 : 3, 추천 : 0 |
오랜만에 통화를 하는 분들이 ‘잘 지냈냐?’고 인사를 하면, 나는 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한다. 솔직히 나는 마음에 없어도 습관으로 이 말을 쓰고 있다.
그런데 요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덕분’이라는 말이 참 좋은 말인데, 이왕 말할 때 상대가 누구이든 간에 ‘참으로 감사합니다. 덕분에요.’라고 영혼을 담아서, 그리고 마음을 담아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종종 쉬면서 TV를 시청한다.
강의하고 법문하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세상을 알기 위해서다.
어느 날, 부부 상담을 하는 내용이었다.
마침 사회자가 요즘 대세인 O박사님인데, 그분 말에서 배울 것이 많아 인연 되면 시청한다.
그날 패널 주인공은 30대 중후반 부부로, 결혼한 지 2년 되었다.
두 분이 일식집을 경영하는데, 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을 준비하면서 아내는 연신 술을 마셨다.
하루 마시는 술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양이었다.
TV 내용 중간에 부부가 각자 인터뷰를 하였다.
아내는 결혼 전에 힘든 삶이었는데, 남편을 처음 보는 순간에 의지하고 싶은 마음에 2달 만에 결혼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혼 생활 2년 내내 행복하지 않다고 인터뷰하였다.
결혼 이후 우울증 약, 공황장애, 기타 정신적 항 우울증세 약을 먹는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남편에게 ‘내가 너 때문에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였다. 남편분도 인터뷰를 하는데, ‘너 때문’이라는 말을 하지 않지만, 부인에게 원망이 담겨 있는 데다가 아내의 정신적 힘든 상황을 방치하였다.
사람 간의 문제는 두 사람만이 아는 일이요, 특히 부부는 더할 것이다. 하지만 잠깐 TV에 비친 그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때, 두 사람 모두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중생의 삶이란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는 게 힘들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들 부부는 자신의 불행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혹 아내 입장에서 ‘나 때문에 당신이 힘들게 사는 것 같군요.
그나마 내가 이렇게 사는 것도 당신 덕분입니다.’라는 말을 하거나 이런 생각을 하고 산다면 어떨까?
이 세상은 남이 나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
또한 타인이 나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
자신 스스로가 만든 올가미에 갇혀서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
숲속 정글에 사자에게 무서운 적은 없다.
오롯이 있다면, 자기 몸속에서 나온 벌레에 의해 죽어간다.
늘 모든 것이 나의 탓이라고 돌린다면, 좀 더 인간관계가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필자가 사찰에서 법문하면서 이런 농담 섞인 말을 할 때가 있다.
“자식이 대학에 합격하면, ‘나를 닮아 똑똑해서 대학에 합격했다.’고 말하고,
혹 그 반대로 자식이 대학에 떨어지면, ‘부처님 가피가 없어서 불합격했다’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물론 필자의 지나친 비약이다.
그런데 대체로 사람들은 일이 잘못되거나 화가 나면, 그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리며, 상대방을 비난하고, 잘 된 것은 자기 탓으로 돌리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럼, 어떻게 살까?
정리해 보자.
가족끼리, 가까운 사이는 내가 부족해서 상대에게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고, 나로 인해 상대가 힘들게 산다고 생각하자. 상대에게 감사까지는 안되더라도 ‘때문’이 아니라 ‘덕분’에 행복하다고 말하며 살자. 이런 생각과 말버릇도 연습하면 습관이 된다. 그렇게 살자.
[글쓴이 : 정 운 스님/ 니련선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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