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만으로 재건축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최근 건설교통부(www.moct.go.kr)가 지은지 20년 넘은 아파트에 대한 대대적인 성능 개보수 공사를
허용함에 따라 재건축을 하지 않고도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7월 16일부터
시행될 이번 조치는 기존 복도식 아파트를 계단식으로 바꿀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또 세제감면이나 공사비 지원등 후속 대책도 나올 전망이어서 비용 부담도 덜수 있게 됐다.
하지만 모든 아파트가 리모델링만으로 재건축과 똑같은 효과를 거둘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위치와 단지 규모에 따라 공사비와 가치상승 효과가 천차만별이라고 지적한다.
사업 초기에는 주거환경 개선 수준에 만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리모델링만으로 평수 넓힌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개보수만으로 아파트 면적을 넓힐 수 있다는 것.
소형 아파트 거주자의 숙원이었던 평수 넓히기가 가능해졌다.
이는 복도식 아파트의 복도 일부를 뒷발코니나 다용도실로 개조할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발코니가 없는 방이나 세로 1M 정도인 기존 앞발코니도 2M까지 넓힐 수 있게 됐다.
건교부 건축과 임태모 과장은 "전용면적 25.7평인 복도식 아파트를 대상으로 리모델링을
했을 때 약 5평 가량 내부공간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늘어난 발코니를 요즘 유행하는
확장형으로 설치할 경우 방이나 거실과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
대신 기존 복도에 별도로 방을 놓을 수는 없게 할 방침이다.
■ 공사비 얼마나 드나
건교부안대로 공사를 했을때 비용은 얼마나 들까.
우선 15층짜리 복도식 아파트 31평형을 계단식으로 바꾸고 엘리베이터를 뒷면에 설치한다고 했을때
가구당 2500만~3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포스코개발 추정)
엘리베이터가 들어가는 공간은 '철골코어'로 설치하며 신설되는 발코니와 다용도실에는
시스템 창호와 단열재를 들인다는 가정에서다.
여기에 각종 배관과 바닥재, 창호, 천정, 타일 등을 교체하고 비디오폰이나 초고속 광통신망을 새로
설치할때 드는 비용이 1750만원. 안방과 주방 거실에 있는 가구를 서울 강남의 일반 아파트
수준으로 바꾸는 비용이 750만원 선이다. (쌍용건설 추정)
결국 가구당 최소한 5000만~5500만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 이주비.마감수준이 복병
추가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동 전체를 리모델링할 경우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공사기간동안 이주를 해야 한다.
이주기간은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강남에 있는 31평형 아파트 이주비를 2억원(인근 전세금)으로 잡았을때
1년간 이자부담 (연 9%)은 1800만원이 든다.
물론 이주비용은 시공사가 금융기관과 연계해 대출을 알선해 준다.
하지만 이자는 본인이 물어야 한다.
마감수준에 따른 공사비 증가도 만만치 않다.
분양가 자율화 이후 들어서는 새 아파트의 마감수준은 이미 크게 높아진 상태다.
전체 건축비의 60% 이상을 마감재가 차지한다.
평당 건축비를 300만원으로 가정하면 마감재 비용은 160만원이다.
이를 35평형 아파트로 환산하면 5600만원에 달한다.
엘리베이터 설치와 함께 고급형 마감재를 사용할 경우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클수도 있다.
■ 재건축보다 이익인가
리모델링은 무분별한 재건축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한후 투자금액 대비 아파트 가치가 얼마나 상승하느냐에
따라 향후 주택시장의 판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유리할 것으로 보이는 아파트는 강남일대
10~15층짜리 노후 단지에 한정돼 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공사비 전체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또 새 아파트와 같은 고급형 마감재를 사용하기에는 초기 부담이 클뿐더러 평수를
늘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결국 리모델링 한후 대폭적인 가치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압구정동 현대처럼 리모델링을 한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간 가격 차가 2억원까지
벌어질 수 있지만 이를 모든 아파트에 적용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용적률 제한 등으로 인해 재건축이 사실상 힘들고 기존 집값이 높은 서울 강남의
중층 아파트가 리모델링에 적합하다.
단지 규모와 층고에 따라 공사비 차이가 벌어진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단지가 크고 층이 높을 수록 평당 공사비가 준다. 엘리베이터나 계단 등 공용면적에 드는
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계열사인 현대리모델링 박준봉 사장은 "위치와 단지 규모에 따라 비용이 다른데다
리모델링 후 아파트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